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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행복

산티아고 2016. 11. 26. 16:15



창밖에 첫눈이 내린다

거친 손등이 아른거려 마냥 즐겁지 않다

친정엄마 6년전 하늘나라 소풍가시고

그해 겨울 우리 남매들 엄마표 김장김치를 하기 위해

아버지 계시는 경주 아파트에 모였다

시골에 사시던 집이 그대로 있어 김치는 거기서 했다.

밭에서 배추를 뽑아 옮기고

씻고 절이고 뒤집고 양념을 만드는 작업을 하는데

준비작업부터 하는게 처음이라 너무 힘들었다.

오남매 김장을 한꺼번에 같이 하려니

준비부터 만만찮다.

이 작업을 수십년 혼자 하신걸 생각하니

불효도 이런 불효는 없다는 생각이 이제야 드니 가슴이 먹먹하다.

어느해는 배추가 너무 절여져 짜고

어느해는 덜 절여져 다시 밭으로 가려고 하고

이런저런 불평하며 해주신 김치도 잘 가져다 먹지 않았으니

얼마나 서운했을까?

농사지어 자식들 입으로 들어가는거 보는게

행복이고 즐거움이라 하시며

평생 그리 사시다 먼 하늘나라로 소풍을 가셔서

다시는 엄마표 김장을 맛볼수 없다

 처음으로 오남매 뭉쳐 김장을 하는데 다들 힘들어 다음엔 각자 알아서 하자고 한다

그런데 아버지가 서운해 하신다

김장을 핑계로 오남매 모여 시끌벅적하는게 좋으신 모양이다

서울 ,경기,대구 ,다 흩어져 사니 시간 맞춰 모이는 것도 쉽지 않아

각자하기로 했다

김장을 끝내고 결국 몸살이 나고 말았다. 김치도 엄마맛이 아니다.


그후 ,혼자 집에서 생새우도 항구에 직접가서 사서 넣고

이것저것 해서 김치를 했는데 손맛이 아닌지 맛이없다.

김장때가 되면 엄마에 대한 죄송한 마음이 고개를 든다.

3년정도 해보다가 작년에는 몇포기 하는것도 도저히 엄두가 나질않아

사먹으려고 김치할 생각을 안했다


김장을 하지 않으니 몸은 편한데 마음은 편치않다

그런데 어찌 아셨는지 연락도 없이 택배가 왔다

너무 무거워 겨우 거실에 들여놓고 열어보니 김장김치가 가득이다

세상에~~~~~~~~~~

천안에 사시는 시고종사촌 형님이 김장을 해서 김치통으로 4개나 보내오셨다

뭔가모르게 울컥한다. 아무나 할수 있는 일이 아닌데~~~~~~~

얼른 전화드리니 생각나서 보냈으니 맛있게 먹어라고 하신다.

해마다 토종닭을 보내주시고

각종 농산물이며 고추장,된장까지 친정엄마처럼 챙겨주신다

친형제끼리도 하기 힘든데 시고종사촌 형님이 이리 해주시니

난 행복한 사람이다.

올해도 김장을 다 해놓으시고 가져가라는 연락이 왔다

김장할때 거들어 드리려고 했는데 다 해놓고 부르셨다

김치통으로 10개, 알타리 김치, 참깨,무우, 대파, 아귀말린거,

땅콩, 고구마등. 트렁크 한가득이다.

서울사는 여동생 김장까지 해결했다.

한가지라도 더 실어 주시려는 형님손등을 보게 되었다.

순간 죄송하고 ,고마운 마음이 교차한다.

이웃과도 늘 나누며 사시는 형님,

마음이 가장 부자이시다.

올해도 형님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김장김치가 있어

나 또한 행복하고 부자된 기분이다.

이제는 엄마표가 아닌 마음 다뜻한 형님표 김장,

형님, 고맙습니다.건강하세요.